[감상]마당을 나온 암탉 - 완벽한 세계 그리고 너무나 냉혹한


알을 생산하지만 병아리를 가져본 적이 없는 암탉. 새끼를 품고 싶지만 양계장에선 불가능합니다. 희망도 없이 죽어가다가 죽음의 무덤에서 어찌어찌 구사일생한 암탉이 오리의 알을 품기 시작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그러나 이 이상한 모자들에게 세계는 너무나 가혹합니다. 알을 생산하는 양계장. 마당은 씨암탉과 집을 지키는 개 같은 허락된 자들만 있을 수 있는 공간입니다. 저수지를 눈을 돌리면 숨을 곳이 많지만 그만큼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죠. 족제비들은 호시탐탐 약하고 맛있는 고기를 탐내러 바깥을 어슬렁 거립니다. 그러나 이 마당 밖의 공간은 동시에 희망의 공간입니다. 생명을 키울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고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은 만난 공간이니까요. 죽음과 생명, 희망과 절망이 극명한 대비를(그러면서도 모호한) 이루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완벽한 세계가 이 책에 구축되어 있습니다. 이런 세계는 보기 힘듭니다. 이런 양 극단의 대비는 책에서 항상 일관되게 제시되고 있습니다. 작 중 후반에 보면 포식자인 족제비와 암탉이 대치되는 장면에서 족제비 또한 어떤 가족의 일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여타 다른 동화와 다른 분위기를 풍깁니다. 아시다시피 일반적인 동화에서는 선과 악이 분명합니다.


이 런 험한 세계에서의 암탉의 행보는 고되고 눈물이 나오도록 아름답습니다. 힘겹게 생존하고 아이를 키워내지만 오리는 날 수 있고 사육된 닭은 날지 못합니다. 절망할수도 있죠. 그러나 암탉은 아들을 날려보냅니다. 가슴 속에 간직한 하늘의 꿈을 아들이 이뤄주니까요. 그리고 암탉은 족제비의 먹이가 됩니다. 족제비의 새끼를 살려야 하니까요. 선인의 결말은 이렇게 아름답고도 슬프다는 걸 몸소 보여줍니다.


완벽합니다. 정말 완벽합니다. 이 정도의 비극을 제가 본적이 있을까요? 그래서 문제가 있습니다. 이 책은 아동문고라는 형식으로 나왔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런 썩은 내가 풀풀 풍기는 이런 이야기를 어린아이들에게 읽혀줘야 한다는 겁니다. 허허허~ 아니에요 이건 아니라고 봅니다. 이 책은 절대 어린아이들에게 읽혀주어선 안됩니다. 현실의 무서움과 냉혹함을 어린 나이에 읽혀줘서 뭐 어떻할 겁니까?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텐데...


물론 동화가 어두운 결말로 마무리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선 어떤 판타지의 개입도 없습니다. 오직 한국 사회에 대한 비유만이 존재합니다. 어린 왕자처럼 암탉이 하늘로 승천한 것도 아니고 그냥 고기가 되어서 먹혀버리고 만 겁니다. 어머니의 결말이 이 모양이라니... 당장 정부에선 이 책의 재심의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여튼 책은 좋습니다. 읽으세요. 다만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지 못 하셨다면 이 책말고 만화책 한 권 사는게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 생각이 나서 더 적어봅니다. 이 동화는 돌연변이 같습니다. 이렇게 여성(어머니)이 고난을 겪다가 끔살로 마무리 되는 이야기가 한국에는 적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제 머리 속에 없습니다. 이 이야기의 원형은 무엇인가를 생각해봐도, 생각이 안납니다. 바리공주? 심청? 박씨전? 예전부터 한반도에는 강한 여성이 존재했습니다. 항상 역사의 전면과 뒷부분에 항상 있습니다.  선덕여왕부터 민비, 그리고 신화에서도 취급이 좋습니다. 가장 잘 팔리는 이야기가 뭡니까? 바로 바리공주신화입니다. 일개 인간이 신의 자리에 까지 오르는 석세스 스토리. 굴종하는 여인상과 효에 억눌린 여인이야 조선시대 혹은 유교가 본격적인 정치이념으로 들어나서고부터 이야기고요(그 조선시대조차도 얼마나 많은 대비들이 권력을 휘둘러 왔는 걸 생각하면...)


왜 사람이 고난을 받는다고 생각합니까? 강해지기 위해서죠. (날 죽일 수 없는 것들은 날 강하게 만들어!)


이렇게 생각해봅시다. 그렇다면 강한 여성(어머니)은 바로 고난을 받는 혹은 고난을 겪은 여성이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강한 여성들은 행복을 쟁취하고 해피엔딩에 도달합니다. 지위상승입니다.  근데 이 동화는 주인공 여성이 험하게 굴려지다가 포식자의 먹이로 생을 마감하게 된겁니다. 허 참! 이거 도대체 어느 사람 머리속에서 나온겁니까?


이 동화로 인해서 한국동화의 다양성이 늘었다는 건 사실인데... 이걸 동화라고 해야 할지. 그러니까 내용도 참 좋고 정성들인 편지가 엉뚱하게도 국정원에 날아간 격 참;;


- 모든 장치 그리고 세계관이 살펴보건데, 이 책은 산업화 시대의 우화인 것 같습니다. 농촌을 배경으로 했지만 양계장 같은 기계적인 공간에 닭과 오리라는 이상한 가족관계를 보면...



덧: 그래서 이 책의 애니판이 나온다고 하니까 걱정이 됩니다. 엔딩의 수정이 없다면 한 1주일만에 다 내려질 겁니다. 물론 저는 이런 이야기 좋아하지만 어린이와 여성, 특히 임산부들의 정신건강에 안 좋습니다. 최소한 결말부분이라도 수정해야 할텐데... 아님 비운의 망작 꼴이 날 껍니다.

덧2. 초록불씌가 이 책에 대해서 한 코멘트 날린게 있습니다 그 것도 한번 보시길 바랍니다.
http://orumi.egloos.com/3769313


덧글

  • 차원이동자 2011/07/12 17:43 # 답글

    애가 사서 어른이 보는 동화가 많지만 이건 진짜... 처음부터 좀 어둡죠...
    마치 10세 미만이 아닌 40~50대가 주인공으로 나온듯한 느낌이 나는 소설이라서 그런건진 모르겠습니다만...
  • 2011/07/12 18:40 #

    가히 동화계의 다크나이트라 칭하고 싶습니다.

    생명을 낳고 먹고 먹히는 그런 보통의 나날이 계속된다. 이런 메시지 떄문에 미칠 것 같았습니다.
  • Nara 2011/07/12 19:20 # 답글

    애 키우는 입장에서 배드(새드?) 엔딩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 2011/07/12 21:33 #

    만약 이거 보고 애가 운다면 어쩌시겠습니까? 삶과 죽음의 이야기는 사람이 나이들면서 차차 알아가게 되는데 이 책이 어린이 문고랍시고 나돌아 다닙니다. 이 책의 메세지는 훌륭하지만 굳이 어린이에게 들이밀어라고 하면 반대하겠습니다.
  • 엔피지 2011/07/12 23:49 # 삭제

    아니 슬픈 이야기를 애가 읽을 수도 있고, 그러고 우는 것도 당연하죠.
    저 어릴적에도 기본 골격이 비슷한 창작동화를 꽤 읽었어요.

    평균이하의 취급을 받는 생명(사람이거나 의인화된 동식물)이 어머니가 되어
    자식을 기르는데 자식은 어릴 때 어머니를 부끄러워하고
    끝내 성공한 후엔 어머니에게 감사하지만 어머니는 사망.


    아주 드문 골격도 아닌데...
  • 2011/07/13 01:04 #

    제가 말했지만 이건 그런 새드엔딩이 아닙니다. 디즈니 애니 나 안데르센 동화같은 환상의 개입이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더욱 냉혹하면서도 아름다운 거죠. 전 이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Nara 2011/07/13 01:25 #

    풉 잔혹한 동화 많아요.
    주인공 죽는 동화가 한두편도 아니고.
  • 엔피지 2011/07/13 20:18 # 삭제

    죄송하지만 동화를 참 안 읽어보셨나보다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지극히 현실적으로 어머니사망 엔딩, 게다가 그런 희생이 자연의 섭리라는...
    그런 식의 동화 드물지만 이전에도 있었어요-_-

    애들을 너무 얕보시는 것 같네요.
    책의 미덕중 하나가 바로 간접경험이에요.
    그런 현실을 미리 간접적으로 접하면서 배우는 거죠.

    상처받아서 트라우마 걸리는 게 아니라 충격받고 울고 배우는 거라구요.
    앞으로 진짜 경험하게 될 일을.

    책이 애들에게 예쁜거 착한거 상냥한거만 보여줘야한다고 생각하시나봅니다;
  • 초록불 2011/07/12 19:25 # 답글

    덕분에 제가 제 포스팅을 다시 읽어보는 일이...^^

    다시 읽어보아도 그때 결론에서 변한 게 없네요. 이런 작품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것에 절망할 수밖에 없군요.
  • 2011/07/12 21:35 #

    그래도 전 기대중입니다. 정말 정성이 돋보이는 작품이거든요. 영화판은요.

    다만 그 판타지의 개입을 단 1퍼센트도 허용하지 않는 스토리라인은 반드시 수정이 필요합니다. 디즈니는 안 그랬어요
  • 세뇌 2012/11/09 11:20 # 삭제

    애니란게 다 전형적인 세뇌물이져 토마스와 친구들 디즈니 동화(여성을 도움받는 존재로만 무력화 시킴)
  • 누에나방 2011/07/12 20:40 # 답글

    원작과 애니 둘 다 보지 않았지만 둘 다 볼 생각을 하고 있는데요, 어느 쪽을 먼저 보는 것이 좋을까요? 더 나은 쪽을 접하기 전에 더 못한 쪽을 먼저 보아 줄거리를 알게 되면 더 나은 쪽의 진짜 깊은 맛을 느끼기 어려울 거라 망설이고 있습니다.
  • 2011/07/12 21:36 #

    28일 개봉예정 작품ㅇ인데 저도 시사회를 못가본 입장이라 뭐라 말할 수가 없군요.

    여튼 원작은 정말 탁월한 작품입니다. 동화라는 점만 뺴면요
  • 루사인。 2011/07/12 21:34 # 답글

    지금은 모르겠는데, 구몬 국어에서 이 책 10페이지 정도(도입부, 오리 나오는 곳)를 실어놔서 중학교때인가 초등학교 때 한번 읽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뭔 줄도 모르고 읽었는데 결말이 저렇다니...
  • 2011/07/12 21:35 #

    제가 초등학교 때는 이 책이 없었나 봅니다. 최근에서야 봤다능
  • 핀치히터 2011/07/12 22:49 # 답글

    애 없는 저도 책이 아닌 줄거리 소개만을 보고도 가슴이 철렁한데 진짜 어린아이나 임신부 어머니들이 보셨을 때 충격을 생각하면 진짜...ㄱ- 동화라는게 어렸을 때 읽으면서 가치관을 확립해나가는 중요한 매개체인데다 어렸을 때 읽은 건 거의 평생 기억에 남는데 현실을 알려주는 건 좋지만 너무 어렸을 때 읽기엔 좀 많이 꿈도 희망도 없네요...ㄱ-
  • 2011/07/12 23:01 #

    재심의 요청! 하지만 책 자체가 나쁜 건 아닙니다. 저도 저렇게 잘 썼으면 좋겠습니다.
  • sinead 2011/07/13 03:08 # 답글

    글쎄요 .. 애들은 어른처럼 심오하게 받아들이진 않는 것 같아요..; 저는 이 책을 초등학교 5학년때인가 6학년때 학급문고에서 읽었는데 , 그냥 가볍게 읽고 말았던 기억이 납니다. 결말도 지금 봐서 아 저랬었구나 했구요...;
  • m 2011/07/13 03:10 # 삭제 답글

    문득 인어공주를 보고 충격에 빠졌던 어린시절이 떠오르네요.
  • gvw 2011/07/13 03:19 # 답글

    저도 이 책을 초딩 때 읽었는데 별로 안 충격적이었는데요.
  • gvw 2011/07/13 03:21 #

    무슨 희생 정신 운운하는 듯한 결말이 기분 나쁘긴 하지만 그게 초등학생 정도의 아동에게 그렇게까지 큰 충격이 될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네요.
  • 2011/07/13 04:03 #

    개인차죠 개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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