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마당을 나온 암탉 : 환상이 없는 동화.


 






- 마당을 나온 암탉은 황선미 작가의 동명동화를 원작으로 한 한국 극장애니메이션입니다.
- 제작기간 6년에 거대배급사인 롯데엔터 그리고 충무로에서 잔뼈 굵은 제작사로 유명한 [명필름]에서 투자해서 만든 한국애니의 기대작입니다. (사실상 올해 마지막이죠. 소날꿈은 죽었슴다!)
- 저는 21일 롯데 센텀시티점에서 열린 시사회를 보고 리뷰를 씁니다.
- 1부에서는 작품의 외적요소를 분석해봤습니다. 연출과 영상, 구성, 연기.
- 2부는 주역캐릭터 '잎싹'과 문제의 결말에 대해서 한번 적어봤습니다.

1. 영상과 연출
제가 관찰한 바에 의하면 [마당을 나온 암탉]은 극장용 애니치고는 동화수가 적은 작품입니다. 그러니까 부드러움보단 역동성이 두드러지죠. (특정장면에서는 셀화수가 늘어난 것 같지만 전체적으로 보자면 말이죠) 하지만 전혀 아쉽지 않은 것이 이 작품은 의외로 역동성이 돋보이는 내용이 많은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각색작업을 거치면서 [마당을 나온 암탉]은 좀 더 가족 블록버스터 영화의 성격이 짙어졌습니다. 추가된 비행장면이나 비중이 높은 결투씬등이 그 근거죠. 특히 인상 깊었던 연출은 비행대회의 절정부분인데요, 거친 연필 러프선들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연출이었습니다. 비행의 스릴과 박진감을 높여주는 영리한 연출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작품의 진가는 다른데에 있습니다.
 
  이 작품은 영상미가 탁월합니다. 그러면서도 수많은 동물 애니메이션중에서도 독보적입니다. 디즈니풍의 서양식 캐릭터가 동양화풍의 배경과 결합하면서 시너지효과가 발생한 것입니다. 특히 한국의 자연미를 철저한 답사를 통해 섬세하게 그려냈습니다. 거기에 동양화풍을 넣으면서 세계 어디에도 내놓을 만한 독보적인 미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예술작품에서 이런 오리지날리티는 많은 점수를 받아 마땅합니다. 오직 하나의 독보적이고 온전한 세계를 구축했다는 증거이니까요. 그러면서도 배경은 작품을 압도하지않고 인물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룹니다. 왜냐하면 잎마디, 나뭇껍질까지 섬세하게 표현하면서도 오브젝트 사이사이에 여백을 주었기 때문입니다.(이걸 공기원근법이라고 하나요?) 이런 2D의 감성은 윤기 뽀송뽀송한 미국 3D애니들은 잡기 힘든 우리만의 감성과 표현의 산물이죠. 이런 아름다움은 온전히 우리의 것이죠. 그리고 그걸 창조하는데 성공한 제작진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 뭐, 서양식의 동물 캐릭터가 아쉬울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의견은 이것은 타협이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일반대중들은 픽사/디즈니식에 너무 익숙해져서 캐릭터마저도 한국식으로 표현하기는 무리였다고 제작진이 판단한 것 같습니다. 이건 현명한 판단이라고 봅니다. 몇몇 작품들이 한국식 감성을 표방하고 나왔지만 미완의 성공으로 남았기 때문입니다.

 
 

- 1.02 음악
체코 오케스트라와 협동작업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것에 비하여 음악은 무겁지가 않고 속삭이듯이 영상에 잘 스며듭니다. (씬에 따라 신나는 음악도 나옵니다만) OST도 훌륭하고요. 제가 음악에는 지식이 전무한지라 여기서 접겠습니다.(아직 바람의 멜로디 아이유버전은 안풀렸습니다 ㅜ) 

3. 연기

박철민, 문소리, 유승호, 최민식같은 스타배우를 캐스팅해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몰고 왔었죠. 찬찬히 듣어보면 박철민 빼고 다들 장단점이 있는 연기입니다. 크게 어색함은 없지만 유승호의 구멍이 너무 크네요;
많을 분들이 지적하는 유승호의 연기는 어쩔수가 없는 것이, 변성기 시절에 녹음해서 지 혼자 붕붕떠버리는 불상사가 발생한 것입니다. 도대체 캐릭터의 연속성이 없어요! 연기는 괜찮은데 극복할 수 없는 톤의 어색함. 이건 제작진의 판단미스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다른 배우나 전문성우를 기용했어야 했습니다.
 
- 개인적으로는 엄상현 성우가 제일 잘 어울린다고 봅니다. 고운 음색부터 반항끼 넘치는 목소리까지 소화가능하죠.

최민식씨는 너무 근엄하고 카리스마적인 발성을 한다는 것이 양날의 검입니다. 호불호가 갈리리라 예측합니다. 박철민씨는 적절한 캐스팅이라고 봐야합니다. 캐릭터자체가 박철민씨의 개그이미지에 기대어서 그런지 잘 맞고, 천성이 애드립에 능한 배우라서 극의 분위기를 띄우는데 공헌한 일등공신입니다.

주역인 암탉 역의 문소리씨는 전체적인 연기는 좋았습니다. 막 세상에 나온 여인의 설레임부터 헌신을 다하는 어머니의 목소리까지 감정선을 잘 잡아냈습니다. 초반부에 음색이 너무 천진한 소녀틱하게 연기해버려서 약간 오글거리는 감도 없잖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신 분은 주역 4인방이 아닌 족제비 목소리를 담당한 김상현 성우를 꼽고 싶습니다. 전형적인 악당연기부터 어머니의 목소리 그리고 클라이맥스 부분의 오열연기는 최고였습니다. 등장비중이 낮음에도 팔색조같은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고 생각합니다.
 

4.각색은 어떻게? 구성은 어떤가요

 

각색의 방향은 웃고 울고 즐기는 동적인 재미를 한껏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갔습니다. 몇몇 내용은 생략하면서 개그 캐릭터'달수'의 추가와 박진감 넘치는 비행대회 씬까지. 거기에 잔잔한 동화의 분위기와 달리 좀더 여름철 영화에 맞게 연출만큼이나 전개도 속도감있게 흘러갑니다. 이런 각색은 장,단점이 명확합니다.

 

확실히 철학적인 무거움이나 주제의 울림은 원작보다 약합니다. 밀도 높은 이야기는 관객을 쥐고 흔들기에 부족함이 없지만 잠시 사람들을 생각할 시간도 없이 극을 클라이막스로 몰고 갑니다. 저같이 좀 더 주제적인 완성도를 중요시 하는 사람은 좀 아쉬움을 느끼는 부분이었죠. 하지만 이는 과거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은 것으로 보입니다. 몇몇 한국애니들은 너무 감성을 중요한 나머지 지루한 감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 덕에 각 캐릭터들의 감정이나 마음을 관객들이 잘 따라가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면전환이 급박하기 때문에 주의깊게 살피지 못하면 왠 뜬금없는 반응이냐고 반문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니 말입니다.

 

그런 점들은 아쉬우나 여러가지 이야기를 늘어놓으면서 흐름상에서 정말 중대한 불상사는 없는 건 정말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이런 사소한 점이야 말로 중요한데 이런 점을 숙지하고 있는 영화는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그 유명한 디즈니의 <라푼젤>조차도 스토리진행을 어영부영 넘어가버렸으니 말입니다. 실수가 없다는 점, 이건 분명히 칭찬해야 합니다.

 
전체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지만 중대한 실수가 없습니다. 탄탄한 이야기가 일으키는 감동의 물결을 느끼고 싶으시다면 꼭 보시길 바랍니다. 표값이 아깝지 않는 그런 작품입니다.
 
2부


 

 

 

1. 잎싹

 

1부에서 언급했듯이 산만한 해 보일 수 있는 극전개가 정돈되면서 이끌어가는 몫은 전적으로 주역 잎싹에 달려있습니다. 극의 중반부 이후 잠시 초록이에게 주인공을 내주지만 [마당을 나온 암탉]은 잎싹이라는 닭의 인생이 메인 스토리입니다. 여타 작품과 마찬가지로 잎싹의 행동이 주제로 이어진다는 것이죠. 그래서 잎싹에 대한 분석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이 애니가 다른 작품과 달리 철학적인 힘을 얻고 통속적인 신파극이 아닌 것은 잎싹이란 닭때문입니다.

 

- 왜 그녀는 인사를 하는가? 세상에 어필하는가? 왜 그녀는 모든 것에 이름을 붙이려하는가?

 

잎싹이란 닭은 항상 자기 소개를 합니다.


"안녕! 난 잎싹이라고 해!"


새로운 세상을 나갈때 마다, 새로운 동물을 만날 때 마다 잎싹은 자기 소개와 함께 인사를 건넵니다. 그리고 상대방의 특징으로 이름을 지어줍니다. 왜 잎싹이는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요? 이는 의지와 용기가 없이는 하기 힘든 행동입니다. 아직 세상을 잘 모르는 닭이였기에 이런 치기? 어린 행동이 가능하질도 모릅니다. 작품에서도 나와있듯이 세상은 무섭고 위험한 곳입니다. 하지만 그런 세상을 알아가면서도 잎싹은 앞의 행동을 함에 있어서 주저함이 없습니다. 잎싹이란 캐릭터가 강단있는 성격을 가지고 있기에 이런 재해석은 상당히 이치에 맞는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세상을 알아가고픈 의지, 이것은 곧 사랑으로 이어집니다.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에서 진정한 사랑은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갑자기 생기는 충동적인 것이 아닌, 마음속에서 울어나오는 의지란 말이죠. 의지가 박약한 자에게는 사랑 또한 없습니다. 외모의 차이 , 성격의 차이 그리고 버림과 이별에 대한 공포를 맘 속에 간직한 자는 쉽게 사랑에 빠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잎싹은 무모하리만큼 정면돌파합니다.


왜 좀 다른게 어때서?서로 달라도 얼마든지 사랑할수 있는거야


그녀의 의지는 종과 세계를 초월합니다.때문에 주위에서 꽃 달린 미친 닭이라고 놀림 받죠. 그러나 잎싹이야말로 자연의 섭리를 실천하는 존재입니다 인간에 의해 잃어버린 정체성을 회복하고 생명을 키워내고 종국에는 잡아먹히기 때문이다. 네! 잡아먹힙니다. 잎싹의 사랑은 종의 경계를 초월하였습니다. 오리새끼를 키워낸 그 닭이 어린 족제비들을 위해 제 한몸 바치는 장면은 얼핏 보면이상하지 않습니다.


동화책과 마찬가지로 영화에서도 잎싹의 죽음이후 시점은 세계를 높은 탑에서 바라봅니다. 잡고 잡아먹히고 태어나고 죽고 사랑하고 헤어지는 그런 하루하루가 계속됨을 보여줍니다. 세상 어딘가 높이 하늘을 날고 있는 초록의 모습과 함께 화면은 어두워지고 주제곡인 [바람의 멜로디]가 흘러나오면서 극은 마무리됩니다. 언뜻보면 잎싹은 승리한 것처럼 보입니다. 제가 원하는대로 살아왔고, 죽었으며 자식도 훌륭하게 키워냈으니 말입니다....

 

2. 근데 이 결말은 도대체 뭡니까?

 

잡고 잡히고 먹고 먹히는 그런 보통 일상이 계속 됨 / 선인의 결말이 왜 불행한가?/이런 결말이 가장 자연스럽고 진리에 가깝다고 알고는 있지만....


무한한 사랑. 죽음으로 인해 철학적 완성도에 방점을 찍음. 그리고 동화를 넘어서는 문학적인 성과를 이룩.


하지만 제가 원작동화 리뷰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런 결말은 철학적인 교훈을 던져주면서도 정말 위험합니다. 어린시기에 보고 듣고 읽는 것은 전체적인 인격형성에 있어서도 아주 중요한 과정인데 말이죠. 근데 아이들은 이 작품으로 인해 삶이 가지고 있는 섬뜩한 진실이 무의식적으로 알아버리는 것입니다. 정말 위험합니다. 낙담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상황을 만들어버린다는 겁니다.

 

여기에 대해선 진짜 뭐라고 한마디 해야합니다. 좀 더 판타지가 개입해서 최소한 해피엔딩의 단서를 조금이나마 심었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수정이 원작이 가지는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고 생각되지만, 저는 진정 아이와 어른을 아우르는 동화라면 뭔가 생각의 여지를 남길 수 있게 그렇게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열린 세상을 꿈꾼 자의 이야기의 결말이 닫혀있다는게 말이 됩니까? 우리가 왜 동화나 소설, 영화를 봅니까? 불의가 가득한 세상을 반대하고 상상속에서라도 착한 사람이 행복한 결말을 보고 싶다는 그런 욕구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그 시점에서 이미 잎싹은 자기 아들인 초록이와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도 희생을 하는게 자연스러운걸까요? 자기희생은 물론 숭고하면서 거룩합니다. 다만 너무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해서 이 희대의 엔딩에서 대의를 위해 개인을 희생시키려는 교조적인 운동권세대의 한 모습을 보는건 제 과대망상증때문입니까?

 

후....


잘 정리가 안되는군요. 핵심만 말하고 마치겠습니다.

1. 이치나 전개에 자연스러운 결말인가?

2. 작품 주제나 파격적인 효과를 위해 성급하게 캐릭터를 죽인 것인가?

3. 물론 동화도 활자매체이니 만큼 표현의 자유는 있다. 그러나 동화는 어린이들,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사람이 보는 매체이다. 그만큼 표현이나 전개에 있어서도 그만큼 정성과 고찰, 노력이 더 쏟아져야 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과연 그러한가?



잎싹의 입장에서는 죽음조차도 자신의 승리라고 믿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항상 삶만을 바라보았으니까요. 그래서 죽음의 무덤을 넘어서 아들을 훌륭히 키워내고 자신을 남을 위해 바쳤습니다. 하지만 이래선 너무 슬프지 않습니까?..... (판타지가 없는 동화라니!!!)

 


 

- 흥행이 되지 않을거란 말은 철회하겠습니다. 우리나라 관객은 기본적으로 비극적인 이야기를 선호하니까요. 아마 100만은 가볍게 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머리가 아프네요.

- 이 비판은 원작에 대한 징징거림입니다. 애니 제작진에 대한 하소연이고요. 좀 더 밝게 끝을 맺었더라면 좋았을텐데요.




참조

덧글

  • mmm 2011/07/25 21:11 # 삭제 답글

    글쎄요... 디즈니표 인어공주의 결말을 보고 이건뭥미?!했던 입장에서는 원작을 잘 살린 게 장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 2011/07/25 22:51 #

    안데르센동화는 낭만적이기라도 하죠;
  • 초록물고기 2011/07/25 22:53 # 답글

    원작에서의 결말이 마음아프지만 너무 훌륭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으로써 영화가 그 결말을 그대로 살렸다니 저는 오히려 기쁜데...아동 타겟 만화라면 제작사도 해피엔딩으로 바꾸고 싶어했을텐데 원작 그대로 밀어붙인 용기가 참 갸륵하네요
  • 2011/07/25 23:50 #

    잎싹이 죽어도 환상속에서라도 날아다니는 모습이라도 보여줬으면
  • 잿빛늑대 2011/07/28 19:05 # 답글

    뭐 영화는 보지 않았지만 결말은 워낙 유명해서.......
    우리 옜이야기인 햇님달님에서 원래 전래되던 원본은 떡을 다 먹은 호랑이가 어머니의 손 팔 다리 몸 등을 떡대신 하나씩 먹다가 결국 머리만 남은 어머니가 집까지 굴러가다 호랑이에게 마저 먹힌다는 내용이 있었지만 현대에서 삭제 되었죠.
    머리만 남았어도 아이들을 걱정하며 집까지 굴러간다는 하드코어 하지만 어머니의 사랑을 표현한 이야기를 우리 선조들은 했습니다. 그리고 세상은 잔인하다는 것도 알려주고요.
    동화가 단지 아이들의 유희만을 위한 것이 아니기에, 교육의 기능을 포함하기에 세상의 진실 또한 가르쳐 주는게 아닐까요?
  • 2011/07/28 19:20 #

    6세쯤 되는 어린아이들은 이야기에 완전 몰입하기 쉬워져서요. 좀 엄중한 진리에 대한 이야기는 좀 커서 이야기 해줘도 될듯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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